개구리와 돌 던지는 아이들
조규한 (교민 캘거리)
 
개골▪▪▪ 개굴▪▪▪ 개골▪▪▪ 개굴▪▪▪, 시골▪▪▪, 논두렁▪▪▪.
우리의 시골 어디서나 들울 수 있는  소리다. 여름 한낮의 볕속에서 먹이를 잡아 먹으며 분주히 또는 한가로이 노니는 개구리들. 논의 벼에게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으며 말이다.
그러다 저녁이 되면 짝을 찾아다니며 운다. 짝을 찾은 개구리는 종족 번식의 의무를 다하고, 짝을 찾지 못한 년석은 내일 또 다시 도전한다. 다음날에도 온종일 헤엄치며, 먹이를 찾으며 평화스런 생활을 지속하지만. 그 개구리들에게 평화만이 있을 수는 없다. 어느날, 논두렁 저쪽에서 동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무슨 재미있는 얘기인지 한 계집아이는 배를 움켜쥐면서 허리를 굽히기도 하고 입에 손을 대고 고개를 뒤로 제치며 깔깔거리며 걷는다.
그 중 한사내아이가 개구리들을 발견하고 돌을 집으며 큰소리로 외친다.  
! 개구리다. 우리 돌 던지자하며 휙하고 던진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서 던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 맞을리가 없다. 야구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구리들 사이로 돌들이 날라 온다.

 
철퍼덕▪▪▪ 철퍼덕▪▪▪.
개구리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앉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도, 어디서 날아오는 것인지 조차도 모르는 것이다. 그 돌에 맞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모르는 것이다. 죽을는지▪▪▪, 아니면 병신이 되는 지를▪▪▪.
그러다 [!] 개구리 한 마리가 정통으로 맞았다. 보나마나 넓죽하게 되었을 것이다. 어떤 개구리는 돌에 맞아 벌렁 뒤집어져 긴 다리를 버둥거리며 고통스러워한다. 또 다른 개구리는 척추 부분만 맞아서 종족 번식의 섭리를 영원히 지키지 못하게 된다. 아주 가까이에 돌이 떨어진 개구리는 황급히 달아난다. 그래도 아이들은 게속해서 돌을 던진다.
! 내가 한 마리 맞췄다.” 하고 소리치며 다른 아이들이게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이며 계속해서 돌을 던지게끔 부추긴다.
그 중 몇은 돌에 맞아 버둥거리는 개구리들이 불쌍해서 돌 던지는 애들을 말리고 있다. 그 개구리들의 고통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돌을 던진다.
한아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두 계집아이는 휙 돌아서서 가던 길을 가버린다. 그 개구리의 고통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는 듯이▪▪▪.돌아서서 걷는 두 계집아이들의 귀엔 여전히 돌 던지는 아이들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들아, 나 또 한마리 맞췄다.”
! 저 개구리는 맞았는데도 비틀거리며 도망갔어.”
킥킥킥. 저 개구리는 아직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어.”
재미있지? 저것 좀 봐.철퍼턱! ! 철퍼덕!
고국을 떠나 문화와 관습이 다른 사회속에서 같은 색깔을 만들며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교민들이 내눈에는 논두렁에서 벼에 피해를 주지 않고 노니는 개구리에 비하고 싶다. 고국과는 다른 사회를 배워가며 각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노력한다.
이 캐나다 사회에서 옳은 것은 흡수하고 옳지 않은 것은 배척하며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먼저 이민오신 선배님들의 노력과 결실을 난 부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 내 눈에 언젠가 어둡게 다가온 것은 남의 얘기를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얘기의 대상이 개구리와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말이다. 난 나의 이민 생활에서 여러번 봤다. 화제 대상의 사람이 실어증 증세,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것을. 또 친구들도 잃어버리는 것을▪▪▪.
이 얼마나 개구리와 같은 처지를 만드는 일인가?!
그 자신도 논두렁의 개구리 중 한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나 역시도 남의 말을 전달한 적이 있다. 내딴엔 좋은 말만 골라서 한다고 했건담, 그 얘기가 상대에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적으며 회개하고 맹세해 본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이 글은 1998년 캘거리 주간 시티에 실린 조규한 집사님의 에세이입니다.)